Wednesday, January 04, 2017

박경리: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시란 것 머냐? 시를 보고 시가 인지 알 수 있는 시적인 특징은? 비유, 형상화, 운율 아닌가? 그렇다면, 이 박경리의 마지막 글은 시집이 아니다.  단어 단어로 보면 좀 뻔한 느낌도 있다.  줄들을 잘라서 챙기지 않았으면, 시라고 부를 수 없겠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능력이 있는 시인의 말을 읽는 게 아니라 80살 할머니의 마지막 말을 앉아서 듣는 느낌이였다.  연세를 드셔서 할 말 다 검소하게 하시고 헛소리를 참을성이 없으신 할머니.  박경리는 말을 꾸밀 시간과 힘이 없었나 본다.  들을 만한 말밖에 없이 철에 둔 짧은 줄 몇게 번역하기는 보람이 있지 않을까?


마음

마음 바르게 서면
If your spirit stands upright
세상이 보인다
The entire world is seen
빨아서 먹인 모시 적삼 같이
Everything is vivid and fresh,
사물은 싱그럽다
Like a crisply starched summer jacket.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When your spirit is twisted up with desire,
진실을 멀고
Your eyes are blinded to truth,
해와 달이 없는 벌판
And all reality becomes a deserted field,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With neither sun nor moon.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Desire, that eats and eats and continues to hunger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Isn’t this the most perfect of hells?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쫓는
Chasing after power, honor, wealth,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That reality reeks of blood.

~~

사람의 됨됨이


가난하다고
Poverty
인색한 것은 아니다
Is not all stingy.
부자라고
Wealth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Is not all generous.
그것은
All of that,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It follows a person’s nature.

후함으로 하여
Generosity
삶이 풍성해지고
brings abundance
인색함으로 하여
And stinginess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An impoverished life.
생명들은 어쨌거나
All living things, no matter what,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있다
Share and correspond with each other.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Any other existence
길가에 굴러 있는
Is that of a stone rolling beside a road,
한낱 돌멩이와 다를 없다
And nothing more.

나는 인색함으로
I have seen lives
메마르고 보잘것없는
Dry and worthless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with stinginess,
심성이 후하여
And at other times
넉넉하고 생기에
Radiant and abundant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With generosity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Stinginess is not thrift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And generosity is not waste
인색한 사람은
The stingy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Waste everything on themselves
후한 사람은
And the generous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Are to themselves unflinchingly severe.

사람 됨됨이에 따라
The entire world changes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Following a person’s nature.
후한 사람은 성취감을 맛보지만
The generous taste satisfaction,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배가 고프다
And the stingy eat, but are hungry.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It’s the difference between heaven and 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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